작품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단순한 자연의 묘사가 아니라, 감각 속에서 경험되는 세계의 층위를 드러내는 현상학적 장면이다. 화면 속 나무, 빛, 어둠, 기차, 작은 존재들은 눈에 보이는 형태를 넘어서, 관람자의 지각 속에서 비로소 의미를 획득한다. 세계는 ‘객관적 실체’가 아니라, 감각·감정·기억이 결합된 체험된 세계로 제시된다.
이러한 접근은 모든 존재가 고유의 생명성과 정서를 지닌다는 애니미즘적 세계관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자연과 사물은 배경이나 대상이 아니라, 서로 교감하며 미세한 기운으로 연결된 주체로 구성된다. 화면을 지배하는 잔잔한 호흡, 생명의 리듬, 빛의 흐름은 동양적 자연관이 지닌 기운생동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흔적이다.
현상학적 경험과 애니미즘적 생명성 위에서, 장면은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의 감수성으로 확장된다. 풍경과 사물은 현실의 재현을 넘고, 감정과 의미가 응축된 상징적 구조로 변환된다. 빛과 어둠의 관계, 작은 존재들의 서사, 그리고 몽환적 정서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리며 새로운 인식의 통로를 열어준다.
결국 ‘숨겨진 세계’는 특정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지각의 방식이 전환되는 순간 드러나는 감각적 실재이다. 조용한 어둠 속에서 미세하게 깜빡이는 빛, 사물의 표면을 가로지르는 생명의 떨림, 그리고 세계가 관람자의 경험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과정이 회화를 통해 시각화된다. 이 세계는 외부에 존재하는 신비가 아니라, 경험의 깊은 층위 속에서 깨어나는 또 하나의 현실이며, 현대 회화가 도달한 현상학적·애니미즘적 우주라 할 수 있다.